수분지족(守分知足)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알라!’
[하동춘추 49]
“얻었다 한들 본래 있던 것, 잃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
문 찬인
대구시 달성 화원읍에 가면 ‘남평문씨 세거지(집성촌)’인 본리 마을이 있다. 고려 말의 충신이자 원나라로부터 목화씨를 가져온 충선공 문익점 할아버지의 후손들이 1840년을 전후하여 터를 잡아 대대로 살아온 곳이다. 문가는 전라남도 나주시 남평읍을 본관으로 하는 성으로 단본(單本)이다. 충선공께서 목화씨 10알을 붓뚜껑에 숨겨 들여와서 장인 정천익공과 나누어 심었다. 충선공께서 심은 씨앗은 발아되지 않았으나 정천익공이 심은 목화씨가 자라나 오늘날 우리에게 목화가 보급되게 된 시원이 된다
남평문가에서 배출한 주요인물로는 충선공 익점 할아버지외에도 통일교 교주로 알려진 문선명 선생과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본리마을에 들어서면 대구시장을 지낸 사죽헌 문희갑 선생의 집이 나온다. 굳게 잠긴 대문에 붙여진 글귀가 의미심장하다.
‘얻었다 한들 본래 있던 것, 잃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
불가(佛家)의 벽암록에 나오는 得之本有(득지본유) 失之本無(실지본무)를 우리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수분지족(守分知足)과 그 의미가 상통한다.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알라’라는 뜻이다.
분수(分數)란 제 신분이나 처지에 알맞은 한도이다. 분수를 아는 것을 知分(지분)이라 하고, 분수를 지키는 것을 守分(수분), 분수에 만족하는 것이 安分(안분), 분수에 맞는 것이 應分(응분), 분수에 지나친 것이 過分(과분)이고 분수를 모르는 것이 철부지이다.
코로나로 5인 이상이 모이지 못하기 이전에 여럿이 둘러앉았는데 어떤이가 나보고 말하였다.
‘자기가 아직도 실장인줄 착각하는가봐!’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딴에는 ‘늘공’의 때를 벗고자 무척 노력하고 있는데 사람들 보기에 아직도 많이 멀었나 보다. 백수에 무관(無官)인 제 분수도 모르고 대놓고 씨부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지족(知足)은 만족한다. 족한 줄을 안다라는 뜻이다. 제 분수를 지키고 만족하면 항상 행복하다
성경의 잠언에도 같은 가르침이 있다. 잠언은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오래도록 전하여져 내려온 속담과 격언을 정리하여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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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잠언의 30번째 장은 ‘아굴’이란 사람의 저작으로 성경에 나와있다. 그래서 보통 ‘아굴의 기도’라고 부른다. 아굴은 솔로몬 시대의 현자요 랍비였는데 솔로몬 왕 옆에서 나랏일을 거들고 잠언을 가르치고 편집한 주인공이다 그는 스스로를 우둔한 짐승이며 총명하지 못하고 지혜를 배우지도 못하였다고 말하면서 하나님께 두 가지 간청을 한다. 죽기 전에 그것을 꼭 이루어 달라는 말과 함께...
“허위와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 하여 주시고,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큼 주십시오. 혹 제가 배부르면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제가 가난하면 도둑질을 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知足常樂 能忍自安(지족상락 능인자안) 제 분수에 만족하면 항상 마음이 즐겁고, 능히 참아내면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출처] 하동신문 <2021.01.31.> 하동춘추
[잠언 원전(原典)] <잠언 30:8~9 새번역>
8허위와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하여 주시고,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
9제가 배가 불러서, 주님을 부인하면서 '주가 누구냐'고 말하지 않게 하시고, 제가 가난해서, 도둑질을 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거나, 하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